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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송파지회 변춘희)
 곽성아(송파)  | 2018·12·11 19:49 | HIT : 72 | VOTE : 13

82년생 김지영


김지영은 아프다. 김지영이 아픈 이유는 단지 그가 여자라는 것 때문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는 삶을 감당하거나 수용하고 사는 여성도 많다. 하지만 김지영은 아프다. 그가 아픈 이유는 자신이 감수해야 하는 부당하고 억울한 것들을 너무나 명료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김지영씨가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평소 친절했던 선배가 지영씨를 ‘씹다 버림 껌’이라고 말하는 걸 김지영은 들었다. 교실 창 밖에 나타난 바바리 맨에게 ‘오빠! 한 번 더!’를 외치며 야유를 보낸 친구들이 교무실에 불려가서 기합을 받고 반성문을 썼다. 늘 지각하던 이들이 이른 아침 등굣길에서 며칠이고 기다린 결과 바바리 맨을 빨랫줄과 허리띠로 묶어 파출소로 끌고 갔는데 이들 다섯은 근신처분을 받았다. 처음 반성문을 쓰고 와서 “아, oo, 벗은 xx가 잘못이지 우리가 잘못이야? 변태 xx 잡을 생각은 안하고 우리한테 반성을 하래. 뭘 반성하라는 거야, 도대체! 내가 벗었어?” 라고 말하던 이들이 반성문을 쓰고 운동장과 화장실 청소를 하고 돌아와서는 말문을 닫아 버렸다. 가끔 선생님들은 “여자애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학교 망신이다, 망신.” 아이들의 머리를 콩 쥐어박으며 지나갔다. 늦은 밤 버스에서 따라 내린 남학생이 ‘너 항상 내 앞자리에 앉잖아. 프린트도 좆나 웃으면서 주잖아. 맨날 갈게요, 그러면서 흘리다가 왜 취한 취급하냐?’는 치근덕거림에 혼비백산한 딸에게 아빠는 왜 그렇게 멀리 학원을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으냐며 김지영을 혼냈다. 흔히들 부당함에 대해 왜 말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여성들은 말하고 있고 이미 충분히 말했고 충분히 행동했다. 듣지 않았고 무시당했을 뿐이다. 김지영이 아픈 이유는 그것들이 너무 명확했고 언어로 말하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울면서 짝을 바꿔달라는 초등학교 1학년 김지영에게 선생님은 남자 짝궁이 김지영을 좋아해서 못되게 굴고 괴롭히는 거라고 말한다. 언니는 남자애들이 원래 유치하다며 별 수 없으니 그냥 무시하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친구가 놀자고 장난치는 걸 가지고 울고불고 한다며 오히려 김지영을 혼냈다. 좋아하면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뭘 원하는지 살펴야 한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짝궁을 괴롭히는 남자아이에게 그것이 폭력이라고 말해야 했다. 김지영에게 남자의 표현법을 이해하라고 말하는 건 약자에게 강자의 표현법을 이해하라고 하는 거다. 괴롭힘을, 부당함을 이해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못 견디겠는데, 내 힘으로는 안 되니까 선생님에게까지 이야기 했는데. 김지영이 아픈 것을 약하다거나 예민하다고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은 부당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그가 예민하다거나 시대를 앞서서가 아니다. 부당함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은 그가 약하거나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가 정의롭기 때문이다. 정의에 대한 날카로운 감수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옛날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메탄과 일산화탄소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민감한 카나리아가 고통과 죽음으로 경고를 하면 광부들은 곧바로 탄광을 탈출하였다. 김지영의 아픔은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보다 먼저 아픈 김지영을 바로미터로 여성에 대한 나아가 모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부정의를 바꾸어 나가길 바란다. 이미 나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이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고 김지영처럼 시어머니에게, 시아버지에게, 남편에게 “아이고 사부인, 사실 우리 지영이가 명절마다 몸살이에요.”,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께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예요. 저희집 삼남매도 명절 아니면 다같이 얼굴 볼 시간 없어요.” 라며 마음속의 말들을 유체 이탈 화법으로 말하는 기이한 병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 병원을 가서야 자기 말을 하는 김지영씨처럼 되지 않으려면 부당함에 대해 이성적으로 건강하게 말을 건낼 때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어야겠다. 김지영처럼 제정신으로 말하기 어려울만큼 아프지 않기 위해 부당함에 대해 말하는 주체로, 그리고 부당함을 고쳐나가는 주체로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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